인터넷이라는 토론의 광장이 활짝 펼쳐진 요즘 이런 저런 논쟁이 하루도 끊일 날이 없다.
그 중에 현재 가장 뜨거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영화 '디 워(D-war)'에 대한 극과극의 평가와 이를 둘러싼 찬반 그룹의 치열한 논쟁이다.
극단적인 일부 의견들을 제외하고 볼 때 글의 수 만큼이나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가장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는 의견은 다음 두 가지로 요약된다.
'디워는 종합적으로 평가할 때 잘 만들어진 영화다.'라는 의견과 '디워는 논의할 가치도 없이 허접하게 만들어진 영화다.'라는 의견이다.
의견들을 살펴보면 일부는 납득이 되지만 일부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 평가할 수 있는 다양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렇게 두 편으로 나뉘어서 치열하게 논쟁하게 된 너무도 당연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질문 자체가 이런 결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는 대답을 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여러가지 논쟁을 유발시킨 최초 질문은 다음과 같다.
'디 워'는 잘 만든 영화인가, 못 만든 영화인가?
답변이 두 갈래 길로 갈 수 밖에 없는 이분법적인 질문이다. 스포츠에서 가장 좋아하는 1:1 구도로 편 가르기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이런 구도에서는 누구나 승부를 내기 위해 치열한 논쟁을 하게되고, 지나치게 반응하는 사람은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을 비난하기까지 한다. 만약 이 질문을 다르게 바꿨다면 어떤 결과가 있었을까?
'디 워'의 잘 만든 부분은 무엇이고, 못 만든 부분은 무엇인가?
여기에 대한 답변은 수백가지 갈래로 펼쳐질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다양한 논의를 전개해 나갈 수 있고, 결과 자체도 무척 생산적일 수 있다. 갈래가 많다 보니 편 가르기 자체가 되지를 않는다. 양 극단의 의견에서 승부를 내려고 하지 않고, 장단점에 대해 좀 더 깊고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었다. 그리고 더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한 다음과 같은 좋은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다.
'디 워'의 잘 만든 부분을 더 발전시키고, 못 만든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서 새롭게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디 워'의 사례를 통해 질문 하나의 차이가 이토록 극명하게 다른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질문은 수많은 논의의 최초 시발점이 되고 이후 논의의 방향까지 결정하게 된다는 점에서 그 힘이 무척 크다고 할 수 있다.

코칭에서는 질문을 통해서 사람의 잠재된 가능성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질문의 중요성이 크다. 따라서 코칭의 가장 기본은 '좋은 질문'을 하는 것이다. '좋은 질문'은 '좋은 답'을 하게 만드는 질문이다. '디 워'의 첫째 질문과 같은 질문은 '좋은 답'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나쁜 질문이다.
열린 결론을 낼 수 있는 좋은 질문을 하라. 그것이 코칭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오늘 겪은 이 일은 좋은 일인가? 좋지 않은 일인가?
이 질문은 아무리 좋은 답을 하려고 해도 나쁜 답을 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질문이다. 한 마디로 나쁜질문이다. 이 질문을 좋은 질문으로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
오늘 겪은 이 일에서 무엇을 새롭게 깨달았는가?
이 질문은 답변에 따라서 좋은 답이 나올 수도 있고, 나쁜 답이 나올 수도 있지만 답변의 가능성을 다양하게 열어준 좋은 질문이다. 실상 새롭게 깨달은 점을 생각해 볼 때 나쁜 답이 나올 가능성도 아주 낮다. 열린 질문은 삶의 구체적인 부분까지 생각할 수 있는 한 단계 더 열린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음과 같은 질문이 될 수 있다.
깨달은 것으로 더 해야 할 일과 더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무엇인가?
이 질문으로 오늘 겪었던 일은 좋고 나쁨과 상관 없이 삶을 새롭게 만드는 재료가 될 수 있다. 첫 번째 질문으로 시작했다면 단지 기분이 좋거나 나쁜 것에 그치고 말았을 것이다.
고객을 코칭하거나, 셀프 코칭을 하는 경우에 코칭이 잘 진행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면 우선 고객이, 혹은 스스로 답변한 내용을 보라. 그 내용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를 생각하고, 그 내용을 만들어낸 질문은 어떤 질문이었는가를 돌아보면 문제점을 명쾌하게 찾을 수 있다.
이것 역시 선택의 문제다. 스스로 좋은 질문을 생각하고 만들기로 선택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이 던지는 나쁜 질문에 대답하는 것으로 소중한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좋은 코치가 되기 위해 좋은 질문자가 되기로 선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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